ONELINE
여기 모여서 대체 뭣들 하는 건데?
훤칠하게 큰 키에 비하여 말랐고, 어깨는 조금 수그러졌다는 느낌이 있어 좁다. 허우대 말짱하지만 푹 눌러 쓴 모자 때문에 음침해 보이는 구석이 있고 딱 보기에 수상한 사람이라는 인상도 준다. 그러나 그저 이상할 것 없는 콩의 모습이라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 그대로 자랐다. 아무리 크게 미소지어도 약간 인상을 쓴 듯 어느 한 구석이 찌그러진 떫은 표정에 날이 선 눈매와 아래로 구부러진 코. 항상 일부러 비뚤게 웃는 줄 알았는데, 잘 보면 실제로 한쪽 입가만 좀 불균형하게 들려 왼쪽의 주름이 조금 더 깊다. 나이를 먹긴 했지만 동양인인 데다 원숙한 느낌을 주지 못하는 소년 노동자의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 10살까지 어리게 보는 이가 있다. 익숙한 황동색 귀걸이와 은테 안경은 모양만 바뀌었을 뿐이다. 군번줄과 십자가 팬던트는 이 행색이 익숙해질 때쯤 눈에 띈다. 여기저기 자잘한 상처나 흉터가 있지만 치명상을 입을 일은 당하지 않은 모양으로 멀쩡히 걸어 들어왔다.“그래서, 여기 모여서 대체 뭣들 하는 건데?” 키가 컸나? 아래를 바라본다. 낮은 굽이 있는 앵클 부츠를 신고 있을 뿐이다. 어쩐지 안심한다.
생애
Q1'콩'은 누구인가?
- 본명 꽁롱응웬 Qong Luong Nguyễn 혹은 콜론 응우옌Conlon Nguyen (12월 25일생 Rh+A) 두 가지를 혼용 또는 병기하지만 후자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Qong”은 [콩], [꽁]. [쿠옹], [꿩] 등의 영문으로는 완전히 구현 불가능한 다수의 발음으로 표기될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Luong”은 [롱], [루옹] 등, “Nguyễn”은 [응우옌], [응웬], [응위옌], [구웬], [웬] 등… 그런 식이다. 이런 설명을 마주치는 모두에게 하고 다닐 순 없다. 그러므로 편의상 콩.
- 베트남계-대만계 미국인 휘하 장녀이자 귀화 이민자 2세. 생존상태인 부모와 11년 터울의 남동생, 19년 터울의 두 번째 남동생. 집안 및 일가친척은 물론이고 인근 지역 전체가 가톨릭적 반공주의 색채를 띤 이민자 집단이며 이후 진영상 남베트남계 망명 이민자 커뮤니티로 확장되었다. 이런 성장배경 하 미국인의 자유주의 정체성과 베트남계 민족주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 반공주의자, 반전주의자. 1965년부터 1970년까지 5년간 베트남전쟁 파병 미군으로 자원하여 복무한 기록이 남아 있다. …까지는 공식적인 기록이고, 본인의 기억으로는 64년 자원하였다가 반려되었고, 이후 이능력의 군사 활용 목적으로 비자발적 동원된다. 제대 후에도 한동안 정부 산하에게 거취가 통제되거나 전시의 이능력 활용에 대한 증언을 위해 며칠씩 억류되는 등 고초라면 고초를 겪었다.(-1973) 상세 내용 불명. 기억 상 하얀 알약을 복용한 것은 이 때부터이며, 군 복무에 대한 기억 역시 다소 뒤죽박죽이다. 아무래도 썩 유쾌한 추억은 아닌듯. 이를 계기로 N3에 소속될뻔 했으나 알약의 지속적인 복용과 이능력의 완전 말소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고 풀려났다. 이후 잠적.
- ‘잃어버린 세대’로 표방되며 과거 폐허의 틈을 출입했던 이, 리틀 워닝 차일드에 속한다. 기억을 회복한 것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이며 약 15년간의 ‘공백기’가 있다. 공백 기간 중 아직 출석하지 않은 결원에 대한 조직적인 조사가 이루어졌다. 정원은 콩의 행방보다 행정 기록을 보다 이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 정원의 아이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진정한 콩을 알게 된다. 1977년 1월, 행적을 추적한 끝에 작은 항구도시 외곽의 아파트에서 콩을 발견한다.그 때 얼굴 본 사람이 누구더라. 마시멜로우를 띄우지 않은 코코아를 대접한 일 정도가 기억에 있다.
- 1977년 3월, 15년이 지난 후에야 하얀 알약에 대한 대처를 요청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정원에 출석했다. 그대로 정원의 구석에 속한 지 4년. 오리건 정원 지부에 일요일 오후에만 꾸준히 방문하여 간단한 상담과 처방을 받고는 떠난다. 현재의 자유롭고 안락하며 비겁한 삶을 위하여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회복에 전념한다. “싫어. 난 회복기라고.” 엄살이 늘었지만 얼추 협조적으로 굴고 있다.
Q2잃은 길은 어디로 이어졌는가
- 첫 걸음부터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이능력을 갖게 된 직후부터 현재까지 이능력을 숨겨본 적 없이 자유롭게 운용해 왔다. 덮어놓고 지내기엔 너무나 편리한 능력이었고,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능력도 아니기에 이능력이 위험한 것이라는 자각 자체가 없었다. 물건 찾아주는 아르바이트는 꽤 쏠쏠했는데 이걸로 범국경 차원 저보수노동을 하게 될 줄은. 무얼 했나? 지뢰찾기를 했다. 도움이 되었을지 잘 모르겠다. 사상자를 찾기도 했기 때문에.
- 리틀 워닝에서 얻었던 모든 것은 그곳에서 처분했다. 로즈 오스본의 수첩에는 “콩, 오리건 주 …”로 시작하는 가상의 주소를 적었다. ‘진정한 매그 명함’이 강철이었다면 훗날 권총 한 발로부터 미스 매그를 지켜주었을 것이나 아쉽게도 평범했고, 클리셰는 클리셰로 그칠 듯 하다. 작은 도넛은 한 입거리고, 적당히 맛있었다. 핀의 기타는 워닝하우스 한 구석을 여전히 차지한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보기 좋게 케이스에 담겨 정리된 모습이라는 것뿐이다. 클로이의 베레모만은 끝까지 콩의 귀경길에 함께했으나, 정신을 차린 후 도대체 무슨 물건인지 알 수 없어 자연스레 처분되었다. “서칭”이 있음에도 담갈색 베레모는 끝끝내 찾지 못했다. 그리고 핀치 맥워드도. 잃어버린 것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 질문은 핀이 그랬던 것처럼, 콩을 오래 괴롭히지는 않았다.
- 군 복무가 끝나고도 꽤 오래 이어진 정부의 추적 조사를 견뎌내자 3년이 지나 있었다.(1970-1973) 알약 중독자로 다소 알량한 신세가 되었으나 공개된 이능력자, 심지어 파병 미군의 가족에게 쏟아지는 불안한 시선과 심상찮은 구설수를 의식하고 동생들의 미래를 위해 아자아자 독립한다. 이후의 행적은 또 다시 불분명하다. 여러 가지 사정을 덮어놓고, 생계를 위한 이런 저런 일들을 했다. 아마 햄버거나 핫케이크를 구웠을 것이다. 무언가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한다. 상세사항 불명.
- 만 36세인 현재, 모 쇼핑타운 지하의 악기 수리점에서 수리공으로서 근로한다. 하루 11시간 정도를 자기 세계에 빠져 앰프 전선을 씹는 일이 좋았다. 어지러운 지하상가에서 단 한번도 길 잃지 않고 매일 다른 푸드코트를 찾아가는 일이 좋았다. 결이 맞는 목재를 찾아 표면을 켜고 알맞게 끼워넣는 일이 좋았다. 최신 스피커로 빚은 끈덕진 사랑 노래 가사를 매장 내 풀어놓는 일도, 모든 기계적 소음과 인쇄 활자로부터 격리된 채 조율되지 않은 현의 반의 반 음 낮은 G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일도 좋았다. 고용주인 괴짜 백인과 같은 종교를 갖고 있다는 보편적 우연도, 같은 찬송가의 가사를 당연히 알고 있다는 유일한 대화거리도, 대량 주문건이 있어도 일요일 근무 대신 철야를 선택할 수 있는 규격 없는 시간 개념도 나쁘지 않다. 가끔 꼭 자신에게 재고 찾기를 부탁해오는 일은 그럭저럭 용서할만 하다. 어째서인지 상담 전화 업무만큼은 자신에게 넘겨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된다. 소소한 불행과 적당한 행복이 함께 하는 하루 이틀이 모이니 5년이 되었다.(1975-) 돈은 모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상세사항 불명.
Q3서칭
- 뭐든지 찾는다. 잃어버린 물건, 떨어뜨린 돈, 사라진 사람…
이처럼 특정성이 있으며 다른 것과 구분 가능한 것을 찾을 수 있는 반면, 특정성이 없는 것은 발견할 수 있다. 가위 하나, 버스 정류장, 가장 가까운 사거리…
여러 개가 동시에 서칭되거나 ‘있는듯 없는듯’ 느껴지는 등 정확도를 장담할 수 없다고, 콩은 나름의 업데이트를 거쳤다. 폐허에서의 꼬맹이 찾기였는지, 정글에서의 지뢰찾기였는지 정확한 경험의 출처는 본인도 알지 못한다. - 거리가 가까울수록 능력 발휘가 수월하다. 팔을 뻗어 방향을 가리키는 것보다 손가락으로 위치를 짚어주는 것이 정확하기 때문에 지당하다.
-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할수록 능력 발휘가 수월하다. 이는 다소 곱디 고운 설명이고 찾기 싫은 것은 죽어도 발견할 수 없다는 뜻인듯.
- 서칭의 대상이 되는 것은 환하고 푸른 빛을 낸다. 즉 콩이 찾는 대상은 반드시 주변과 공유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콩은 다소 이르게 공공연한 이능력자로 존재했고, 이후 시대의 물살에 휩쓸렸다.
심문실에서 쪽잠을 자 본 콩은 생각할 수 있다.“나, 쓰레기인 주제에 꽤 훌륭한 능력을.”20대에 겹쳐 스민 미제 사회의 쓴 맛은 마시멜로우같은 하얀 색이었다. - 하얀 알약을 복용한 상태로 능력을 활용해본 적이 있다. ‘구체적이며 명확한 대상’이라면 가능하다. 그 외 나머지의 경우 ‘구체적이지만 잘 모르는 대상’ 이거나, ‘<나>의 개념을 포괄한 대상’, ‘추상적 개념에서 기인한 대상’의 순서로… 목표 내 복잡한 개념이 뒤섞일수록 어려워진다.
Q4그 외 사연 없는 이야기
- 흡연자. 군대에서 배웠다. 꽤나 애틋했던 야생 대마로 고생한 경험도 있다. 역시 군대가 문제다.
- 모든 중독에 취약하면서도 생리적으로 상성이 좋지 않다. 이런 이유로 술을 잘 못 받고, 커피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선호하지 않으며 담배는 농도가 옅은 것을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만 피울 뿐이다. 약물 경험을 비롯하여 이런 저런 중독에 깊이는 빠지지 않았다. 인생 전반적으로 중독되어 있는 것은 제정신 뿐. 그리고 하얀 알약.
- 하얀 알약은 어쩌지 못했다. 중독이 시작된 상황 자체에 대한 혼란도 있거니와 중독된 이후에는 그에 대하여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특히 3년 간의 “이능력자자체증언기간”을 거치며 흥분도가 높아져 한동안 하얀 알약을 진정제로 활용하며 직장을 유지했다. 그렇게 타의적 중독-자발적 약물 복용 상태로 지낸 기간이 약 …5년. (1971? 2? 정확히 특정해내지 못하는 시기가 있다.-1977)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간 중 가장 성실하게 일했다. 아무 생각도 요령도 없었기 때문에.
능력은 언제나 명확한 목표만 주어진다면 활용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알약 중독의 문제점은 구체성 있는 인지를 방해한다는 지점에 있어 복용 상태라면 추상적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굳이 특정하자면 “찾기”보다 “발견하기"가 어려워진다.
현재의 직장이 안정되어 자연스럽게 빈도를 줄였고, 정원의 방문으로 모든 기억이 돌아오자 N3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회복기에 들어섰다. 양을 차츰 줄여가고 있다.(현재, 1977-) - 일주일에 한 번 연금 복권에 투자한다.굿 초이스. 본인의 생활비를 제한 나머지를 본가의 가족에게 부친다. 거의 일 년에 한 번 꼴.
- 감이 좋다. 복권에서는 아직 그 감이 발휘된 적 없어 가난하다.
- 감이 좋은 만큼 신체적으로 예민하고 정신적으로도 예리하다. 스트레스에는 잔병치레가 함께 따르는 타입으로 조금이라도 불쾌한 경험은 의도적으로 잊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기억이 안 나네.”이젠 익숙한 말버릇이다.
잃어버린 것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관찰
어떤 곳에서든, 모르는 사람처럼, 그러나 치열하게
모르는 사람처럼 구는 것은 익숙하다. 관심이 없는 것인지 의욕이 없는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여러 번 소속이 바뀌었고, 그 어느 곳에서도 깊은 유대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 관계에서는 되도록 일대일을 추구하지만, 조금이라도 정서적으로 깊어지는 기미가 보이면 답답하게도 자리를 떠 버린다. 스스로 문제점이라고 인지했으나, 잘 개선되지 않은 모양이다.
초면인 상대에게도 친근하게 군다. 다르게 말하면, 아무리 오래 보고 알아왔어도 그 친근함까지가 표면적인 관계의 끝이다. 그래도 의외로 진지하게 의리를 중시하는 성격이라는 것은 조금 오래 보아온 사람이라면 알 수 있으며, 좀 짜증나는 면을 견딘다면 어울리기에 나쁜 상대는 아니다. 얕고 넓은 관계로 여기저기 발이 넓고, 대신 어울리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질이 좋지 않다. 끼리끼리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그러나 치열하게살아간다. 믿고 싶은 것을 믿고, 좋아하는 것들을 건져 낸다. 악착같이 신뢰하는 것이 있고 지구 끝까지 배척하는 것이 있다. 퉁명스럽고 의심이 많아 호의를 주고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상대의 진의를 감시하고 시험한다. 집요하고 뒤끝이 길며 소인배 기질이 있어 여유를 잃었다는 느낌도 들고, 반대로 해이해졌다는 느낌도 든다. 본래 다혈질이었지만 이전보다 감정적으로 쉽게 요동친다는 것은 눈에 띄게 알 수 있다. 표현이 늘었기에 꽁해지거나, 마음의 상처를 얻었거나 등 자존심에 반하는 정서도 비교적 쉽게 보인다. 훨씬 단순한 사람이 되어 보다 쉽게 살아가고 있다. 사람으로서 믿고 싶은 가치가 있다. 평화, 자유, 행복… 동시에 친절하지 않은 세계에서 체득한 정반대의 생존 본능도 있다. 비굴함, 체념, 침묵… 그렇게 패배감 짙은 회색 분자 찌꺼기로서 존재한다. 그러나 치열하게, 살아 있다.
소지풀 및 소지금
군번줄과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간단한 신상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하얀 알약 두 알(비상용. 가끔 수면제)
소지금 : 5달러 5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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